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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의 기초 개념 Principle of Art History ㅣ 하인리히 뷜플린 Heinrich Wolfflin

louis... 2015. 2. 10. 12:31

미술사의 기초 개념  Principle of Art History   하인리히 뷜플린 Heinrich Wolfflin

 

하인리히 뷜플린 Heinrich Wolfflin  (1864 ~1945 ) : 스위스 빈터투어 줄생. 심리학, 문화사, 순수가시성에 대한 연구로 뚜렷한 업적을 남긴 학자로서 바젤과 베를린대학에서 철학을, 뮌헨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다. 대표적 저서로는 <르네상스와 바로크>(1888), <뒤러의 미술>(1905)등이 있다. 그의 주저 <미술사의 기초개념>은 16,17세기 근대미술의 양식 발달 문제를 다루었다.  그는 미술 작품을 순수 가시성에 따라 다섯쌍의 상반된 상징 개념으로 구분하여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을 비교하였다.

 

 가장 일반적인 재현 형식들

이글은  가장 일반적인 재현의 형식들에 관한 담론이다. 그러나 레오나르도 혹은 뒤러가 구현한 아름다움 자체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그 아름다움이 비로소 명백하게 되는 요소를 분석하려는 것이다. 더불어 인식의 유형에 대해 분석하고자 한다. 바로 인식의 유형이 여러 세기 동안에 다양하게 발전한 미술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근세미술에서 이러한 인식을 위한 기초 형식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15세기와 16세기 사이에 정말로 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면, 15세기가 효과적 표현을 어렵사리 통찰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고, 16세기에는 이러한 표현을 자유롭게 구사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사실은 친퀘친토(1500년대 고전주의)미술과 세이첸토(1600년대 바로크)미술은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 여기서 '고전'이라는 말자체는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아니다. 바로크 미술 또한 고전적 성격을 띄기 때문이다. 근대 미술이라고 칭할 수 있는 바로크 미술은 고전으로부터 상승이나 하락이 아니라 고전과는 전반적으로 다른 미술이다. 우리는 근대 서구의 미술의발전을 단순하게 상승,정점,하락을 그리는 곡선으로 이해할 수 없다. 그 곡선은 두가지 측면의 정점을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두가지 중 하나를 선호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자의적인 판단에 따른 것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것은 마치 장미넝쿨은 꽃을 피웠을 때가, 사과나무는 열매를 맺었을 때가 최고의 순간이라고 해석하는 것과 같은 자의적이라는 것이다.

 

17세기의 특징은 이미 17세기 이전에 형성된 것이고 더 나아가 18세기까지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우리는 양식적으로 완결된 작품들을 유형별로 비교해야 한다. 물론 엄밀한 의미에서 '완결된' 것이란 없다. 역사적인 것은 모두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 새롭게 정의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풍성한 과일을 맺은 어떤 시기를 하나의 기준으로 삼아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떠한 발전의 양상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르네상스 전성기의 예비단계도 간과해서는 안 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회화적인 형태로 확립되지 않은 낡고 원시적인 예술 형태였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우리는 미술의 발전을 잠정적이지만 다섯 쌍의 개념으로 정리할 수 있다.

   

      (1)  선적인 것에서 회화적인 것으로의 발전이다. 선적인 미술은 시야의 경로와 시각의 인도자로서의 선의 발전을 뜻하고, 회화적인 미술은 점차적인 퇴보를 뜻한다. 전자의 경우는 사물의 경계선을 강조하는 것이고, 후자의 경우는 경계선이 없는 것처럼 모호하게 하는 것이다. 선적인 것은 각각 사물의 재질을 고정된 개체로서 촉지적으로 인식하는 것이고,회화적인 것은 세계를 하나의 변화하는 현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2)  평면에서 깊이로의 발전이다. 고전적 미술은 전체적 형태를 일련의 평면적 부분들로 나눈다. 그에 반해 바로크 미술은 깊이를 강조한다. 평면은 선이 이루는 요소이다. 평면적으로 배치된 선의 형태들은 가장 뚜렷하게 보인다. 윤곽선을 약화시키면 평면성이 줄어들고, 사물들이 전진하거나 혹은 후진하는 의미를 띄며 시각도 이에 의존한다.

 

      (3)  닫힌 형식에서 열린 형식으로의 발전이다. 미술 작품은 자체적으로 닫힌 것, 즉 완결된 것이어야 한다. 완결된 느낌을 주지 못하는 작품은 실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바로크에 가서 느슨해지는 형태와 비교하면 이전 고전기의 구조적 미술은 모두 닫힌 형태로 총괄될 수있다. 열린 형식은 필연적인 결과로서 새로운 재현 방식이었다. 따라서 이것도 재현의 기본 형식들의 하나이다.

 

      (4)  다양성에서 단일성으로의 발전이다. 고전적 구성에서는 전체안에서 개별적 부분들이 독자적으로 존재한다. 부분들은 전체를 구성하며 존재하지만 가가자의 고유한 영역을 주장한다. 고전적 양식에서는 각각의 자유로운 부분들이 조화함으로써 통일성을 이룬다. 반면에 바로크 양식에서는 부분들이 서로를 통합해 하나의 모티브가 되거나, 우세한 요소하에 다른 요소들이 배열함으로써 통일성을 이룬다.

 

       (5) 주제의 절대적 명료함과 상대적 명료함이다. 이것은 선적인 것과 회화적인 것 사이의 대조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선적인 것은 사물을 존재하는 대로 재현함으로써 만지는 듯이 양감을 느낄수 있게 하고, 회화적인 것은 사물을 보는대로 재현함으로써 전체를 하나의 덩어리로 보게하는 것이라서 양감을 체험하기는 어렵다. 바로크 양식이 뒤러와 라파엘로가 추구하던 이상으로부터 멀어졌다는 것은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뿐이다.

 

 

모방과 장식

앞에서 설명한 형식들은 포괄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우리는 미술의 형식을 재현 형식 혹은 관조 형식으로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형식을 통해서 자연을 보고, 미술가는 형식을 통해 자연을 재현한다. 그러나 '시각적 조건'에만 의존하여 세계를 인지한다면 그것은 맹목적인 것이다. 예술적인 인지는 언제나 즐거운 상상을 포함하는 것이었다. 자연을 복제하려는 모든 시도는 궁극적으로 명확한 장식도 도식처럼 작동한다. 선적으로 혹은 회화적으로 본다는 것은 미와의 지속적인 관계속에서 미를 해석하는 각자의 방식이다. 만일 일정한 미술이 선을 해체하고 움직이는 덩어리로 사물을 표현하기 시작했다면, 그것은 새로운 사실성에 대한 관심 때문만이 아니라 새롭게 미를 해석했기 때문이다. 촉지적이고 조각적인 것에서 순수 시각적이고 회화적인 것으로 넘어가는 인지의 변화는 자연스런 논리를 따른 거싱며 역행 할 수는  없다. 구성에서 반구성으로의 변화와 엄격한 규칙에서 느슨한 규칙으로의 변화도 마찬가지이다.

시각은 언제나 다른 정신영역과 영향을 주고받았다. 독자적인 경로를 통해서 나온 어떤 특정한 시각적 도식이 있다면 그것은 마치 세계를 패턴에 끼워 넣는 것처럼 생기 없이 만들 것이다. 인간은 늘 보고 싶은 대로 세상을 봐왔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변화에 존재하는 법칙을 배제했다는 것은 아니다. 바로 이 법칙을 찾아내서 설명하는 것이 미술사의 가장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다양성과 단일성

닫힌 형식의 원리는 그림을 총체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형태를 종합하여 하나의 전체로 받아들일때만이 그림 전체가 합법적으로 정렬됐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통일성에 대한 인식은 점차적으로 발전했다. 미술사의 어떤 특정한 순간이 있어 그때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우리는 통일성을 순전히 상대적인 가치로 판단해야만 한다. 형태는 시각을 일깨워 다양한 것들을 통일하여 인지하도록 만드는 힘을 가진다. 고전기 이전과 고전기의 차이점을 살피는 것이 본 주제의 진정한 기초작업이라 할 수 있다. 친퀘친토(16세기)미술이 본질적으로 통일된 구성을 특징으로 하지만 이후 17세기의  미술이 지니는 통일적 성향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다양성의 특징을 지닌다. 그렇다고 16세기의 미술이 17세기의 미술보다 뒤쳐진 것이라 할 수 없다. 이것은 질적인 차이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다른 종류의 미술일 뿐이다. 더해서 루벤스와 같은 세이첸토(17세기)의 화가들은 하나의 주요한 모티브하에 다른 것들을 정렬하는 식으로 그렸다. 유지체의 개별적 요소들은 상호규정하면서 조화를 이루는 효과를 더이상 노리지 않는다. 그 대신에 개별적 형태들은 통일되게 흐르는 전체속에서 통제로부터 벗어나면서 주도해가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주도하는 형태들은 서로에게서 때어 고립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크는 원칙적으로 독립적인 부분들의 다양성을 추구하지 않는다. 부분들이 조화를 이루는데 주력하기보다는 자신들의 개별적 특권을 잃고 절대적 통일성을 이루고자 한다. 여기서 주요 모티브는 강력하게 시선을 끌며 강조될 수 있다.

16세기의 '통일적 다양성'에 대하여 17세기의 '통일적 단일성'은 달리 표현할 수 있는데, 고전적 르네상스가 구성적 형태의 체계라면, 바로크는 (무한한)흐름이라는 것이다.바로크의 통일성에는 중요한 두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는 개별적 형태들이 독자적 기능에서 탈피한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형태들이 하나의 지배적인 주요 모티브를 향하여 집결한다는 것이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장식적 도식이 자연적 형태가 된다는 것이다. 렘브란트는 뒤러와는 다른 체계를 통해 회화를 제작했을 뿐 아니라 사물또한 다르게 보았다. 다양성과 단일성은 실제라는 내용의 형태를 담은 그릇과 같다. 세계는 아무 기준으로나 양식화해서 장식된는 것이 아니라 질료의 영향을 받게 되어있다. 사람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볼뿐만이 아니라 '다른 것'을 본다. 이른바 모든 자연의 모방은 장식적 본능에 기초하고 장식의 미적 가치를 창출할때에만 예술적 의미를 가진다.

 

 

주요모티브

이장에서는 부분 형태들과 전체의 관계에 대해 다룬다. 고전적 양식은 부분들이 자유로운 구성 요소로서 독자적이 되는 통일성을 띠고, 바로크 양식은 통일적인 최종 모티브를 위해 부분들의 균일한 독자성을 포기한다. 전자에서는 각자 협동해서 소리를 내고, 후자에서는 열세가 강세를 떠받쳐서 소리를 낸다. 회화적인 미술은 고립된 형태들을 해방시킨다. 여기에서 깊이의 원리가 적용되는데 분리된 면들의 배열을 통일적인 원근감으로 대체하는것을 말한다. 그리고 기하학적 관계의 엄격한 구성의 구조적 취향이 유연하게 흐르는 것으로 변한다. 여기서 이미 알고 잇는 것을 다시 한번 거론하는 바, 관점의 본질이 새로워졌다는 것이다. 개별형태가 전체를 이루는 데 필연적인 인상을 주고, 부분들이 전체와 이어지면서도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요소로 여겨질때 자유와 자율성이라는 개념이 의미를 띤다. 이것이 16세기의 고전적 형태이다.

바로크 양식은 완전한 수평과 수직 구도를 피하거나 그런 구도이더라도 눈에 띄지 않게 한다. 대조의 유희는 여전하지만 그것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자유로운 병치와 분명한 대립은 변하여 결합의 관계가 된다. 순수한 대조는 잦아들고, 경계선과 고립은 사라진다. 형태와 형태는 연결이 되고 동선은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이러한 바로크의 통일적 흐름속에서 어디에선가 하나의 모티브가 강세를 띠고 나타나면 렌즈가 빛을 흡수하듯 시선을 집중시킨다. 소묘의 형태가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과 유사하게 명암이나 색채가 강조되어도 이와 마찬가지다. 이것은 바로크 미술이 고전적 미술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다. 고전주의의 균일한 힘대신에 바로크는 주요효과를 지향한다. 가장 우세한 모티브들은 낱개로 쪼갤 수 없으며 다만 일반 동선을 지배하는 최종의 강조점일 뿐이다.

색채의 발전은 연극과 유사하다. 원시적 작품에서는 색채가 체계적인 관련없이 무질서하게 병치되다가, 16세기에 이르면 배열되고 통일된다. 색채들이 순전히 대비를 이루는 가운데 서로 균형을 이루는 것을 우리는 조화라고 부른다. 원칙적으로 고전기는 다양한 색채로 특징 지어지는 기대이고, 의도적인 구성적 결합으로 특징지어지는 다음 시대와 분명히 구별된다.

우리가 이제까지 살펴봤던 강조점의 변화에 대한 이론은 동일한 내용을 다루는 미술의 유형별 차이점을 제시하지 않고는 생각할 수 없다.16세기 고전기의 통일적 다양성은 그림속의 개별적  사물들이 비교적 동일한 가치를 띤다는 것을 의미한다. 16세기의 미술이 통일적으로 보일지라도 사실은 상황들을 열거하는 방식이고, 17세기의 미술은 순간으로 집약되는 방식이다.

고전적 미술은 순간이나 찰나적인 것, 절정과 같은 개념에 관심이 없다. 그것은 정지되고 완만한 성격을 지닌다. 늘 전체적인 측면을 염두에 두긴하지만 한눈에 각인되는 인상을 고려하지 않는다. 바로크 미술은 이러한 것들과는 전혀 다른 미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