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초상들 : 존버거의 예술가론>
저 자 : 존버거, 톰 오버튼
번 역 : 김현우
출판사 : 열화당
년 도 : 2019 . 04. 01
가 격 : 39,000원
책소개 ㅣ
‘엉덩이에 낀 물건같은 미술 평론가?'
예술과 사회 전반에 걸쳐 깊고 넓은 글쓰기를 해 온 존 버거(John Berger, 1926-2017)의 시작은 미술평론이었다. 그러나 그는 미술평론가라는 호칭을 꽤 불편해했다. 얕은 지식으로 대상을 판단하며 시종일관 거드름을 피우는 사람, ‘엉덩이에 낀 물건처럼 거추장스러운’ 존재였다. 이는 작품을 감상하는 특별한 방식이 있는 것처럼 단정하는 그들의 감상법을 향한 반감이기도 했다.존 버거가 아직 생존해 있던 2015년 출간된 『초상들』은 그가 1952년부터 2013년까지 여러 매체와 책에 쓴 예술가들에 대한 글을 모은 선집으로, 양식사 중심의 형식주의적 미술사학의 틀에서 벗어난 ‘다른 방식으로 보는 법’들이 제시되어 있다.여기 실린 글들은 처음부터 이런 형태로 묶일 것을 염두에 두고 씌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각각은 어느 정도의 전환과 변화를 겪으며 책 안에서 나름의 유기적 구성을 이룬다. 구조적인 면에서 보자면 ‘존 버거식 미술사’란 제목을 단 ‘존 버거의 회고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은이 ㅣ 존 버거 (John Peter Berger, John Berger)
미술비평가, 사진이론가, 소설가, 다큐멘터리 작가, 사회비평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처음 미술평론으로 시작해 점차 관심과 활동 영역을 넓혀 예술과 인문, 사회 전반에 걸쳐 깊고 명쾌한 관점을 제시했다. 중년 이후 프랑스 동부의 알프스 산록에 위치한 시골 농촌 마을로 옮겨 가 살면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농사일과 글쓰기를 함께했다. 저서로 『피카소의 성공과 실패』, 『예술과 혁명』, 『다른 방식으로 보기』,『본다는 것의 의미』, 『말하기의 다른 방법』, 『센스 오브 사이트』,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모든것을 소중히하라』, 『백내장』, 『벤투의 스케치북』, 『아내의 빈 방』, 『사진의 이해』, 『스모크』,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 『초상들』, 『풍경들』, 등이 있고, 소설로 『우리 시대의 화가』,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G』, 『A가 X에게,』『킹』, 삼부작 ‘그들의 노동에’ 『끈질긴 땅』, 『한때 유로파에서』, 『라일락과 깃발』이 있다.
번역가 ㅣ 김현우
1974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비교문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역서로 『스티븐 킹 단편집』 『행운아』 『고딕의 영상시인 팀 버튼』 『G』 『로라, 시티』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 『A가 X에게』 『벤투의 스케치북』 『돈 혹은 한 남자의 자살 노트』 『브래드쇼 가족 변주곡』 『그레이트 하우스』 『우리의 낯선 시간들에 대한 진실』 『킹』 『아내의 빈 방』 『사진의 이해』 『스모크』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 『초상들』, 삼부작 ‘그들의 노동에’ 『끈질긴 땅』 『한때 유로파에서』 『라일락과 깃발』 등이 있다.
독서 노트 ㅣ
미술작품을 본 후에 나는 그것이 전시되어있던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나와 잠시나마 그 작품이 만들어진 작업실로 들어간다.
거기서 그 작품이 만들어지던 때의 이야기를 듣기를 희망하면서 기다린다.
그 이야기 안에 담긴 희망과 선택과 실수와 새로운 발견들을 말이다.
나는 혼잣말을 한다.
작업실 바깥의 세상을 떠올리고 예술가에게 말을 건다.
내가 아는 사람일 수도 있고 몇세기전에 세상을 떠난 사람일 수도 있다.
가끔 그가 해낸 작업 안의 무언가가 응답한다. 단 하나의 결론은 없다.
이따금씩 우리 둘을 숨막히게하는 새로운 영역이 펼쳐지기도 한다.
마치 신의 계시 앞에서 숨이 막히는 것처럼...
세상에서 가장 웃기는 동시에 시니컬한 것으로 유명한 미국의 소설가 커트 보네거트는 블랙 유머를 ‘울 수 없으니까 웃기는 것’ 이라고 표현했다.
심지어 미술에 관한 글을 쓰는 동안에도 그것이 사실은 이야기하기의 한 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자주합니다.
이야기꾼은 자신의 정체성은 잊어버리고 다른 사람들의 삶에 열려있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 이 파이윰 초상화의 침묵을 마주하고 그 자리에 멈춰섰다고 가정해보자
그 어떤 호소도 하지않고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지만 자신들이 살아있음을 말하는 그리고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이도 살아있음을 말하는 남녀들, 그들, 비록 아주 약하긴 하지만 지금은 잊혀버린 자존감을 보여주는 화신들이다. 그것은 어찌되었든 삶이란 축복이었고 여전히 축복임을 확인해준다.
배런슨은 피에로의 작품체서 보이는 눌변을 높이 평가했다. 결국 가장 만족스러운 예술품은 피 에로나 세잔의 작품처럼 계속 눌변으로 남아있는 작품들, 말이없고 성급하게 무언가를 전하려 하지않고 표정으로든 몸짓으로든 우리를 깨우치려하지 않는 작품들이다.
피에로의 작품에서 요소들 사이의 상관성은 셀 수없이 많다. 그건 그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그는 그저 그것들을 찾아냈을 뿐이다.
옷과 살, 머릿카락과 나뭇잎, 손가락과 다리, 첨막과 무덤,남자와 여자, 의복과 건축, 주름과 물살 등 피에로는 비유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공통의 원인을 다루고 있다.
그는 세상을 설명한다. 모든 과거가 지금 이 순간을 있게 했다.
그리고 이렇게 모든것을 한 점에 모이게 하는 법칙이 그의 예술이 담고있는 진짜 내용이다.
인간은 금속이 지닌 무게와 그 금속이 겪는 시간까지 모두 견디는 거야..금속이 상태는 나빠지지만 그렇게 나빠지는 과정 덕분에 어떤 아름다움이 생기기도 하는것이지
만테냐는 얼굴의 주름을 그렸지 얼굴위에 선과 그것이 산화하는 과정 말이다.
그 선은 아주 특별한 색조, 녹색과 오렌지색의 중간쯤 되는 색, 시간이 지나면서 금속 표면에 생기는 바로 그 색으로 표현된다.
1945년에서 1948년 사이에 당신은 유럽의 폐허를 당시 혹은 그 이후의 어느 예술가보다 심각하게 그리고 가까이서 그렸습니다. 그 작품들은 당시 추상화로 받아들여졌고 당신은 그렇지 않다고 했지요 지금 보면 그 그림들이 인간의 생존에 관한 것임을 폭탄의 잔해와 대학살 속에서 비범한 기운과 한 조각의 희망을 지닌채 계속 살아가는 일에 관한 것임을 분명히 알 수있습니다.
그 작품들은 결국 파괴된 벽과 무너진 지붕과 산산조각나나 석조 건물에 관한 것이 아니라 영혼과 상상력과 기억을 지닌 인간이 폐허 속에서 길을 찾아가는 일, 피해를 받아들인 다음 손상된 것들에 맞춰 자신의 행동을 고안해내는 일, 그리하여 잔해들 틈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내는 일에 관한 것이다.
그렇게 고안된 행 동의 흔적을 그림에서 보이는 시각적 동작에서 찾을 수 있다.
모든 예술 형식은 특정한 경험을 귀하게 여기며 다른 경험들은 배제한다. 누군가 기존의 혹은 전통적인 형식에서 벗어난 어떤 경험을 회화에 도입하려고 노력하면 그는 언제나 전문가들로부터 투박한, 미숙한, 기괴한, 순진한, 원초적인 같은 평가를 받는다. 쿠르베, 반 고흐, 케테 콜비츠... 바스키아는 다른 전력을 택했다. 그는 거짓말을 퍼뜨리는데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언어로는 숨은 진실을 묘사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 그는 공식적 언어는 모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암호라고 보았다.
화가로서 그가 구사한 전력은 그런 암호 들을 무시하고 해체함으로써 활기차고 눈에 보이지 않는 은밀한 진실이 들어올 수 있게 아는 것이었다. 파괴를 즐기는 자처럼 화가로서의 그의 전략은 의도적으로 손상된 존재적으로 손상된 언어로 세상에 대해 말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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