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혀 진 공간속 그 한가운데 몸을 웅크리고 있는 인물은 작가 프란시스 베이컨 자신(self)이다. 상투적인
3차원적 리얼리티를 호기롭게 무시한 베이컨은 마치 연극 무대 위 소품 같은 의자에 앉아 초연한 태도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그의 웅크린 모습은 인간의 태초의 자세를 연상케 한다 그렇다면 지금 이 공간은
어머니의 자궁 속이며 바닥의 허연 얼룩은 모태 속 생명수의 흔적임이 분명하다. 낡아서 익숙한 공간 속으로
숨어 들어간 그의 얼굴은 국지적으로 표현되는 손 적인 힘에 의해 뭉개어져 기형적으로 얼룩져 있다.
그러나 색채로 변형된 그 얼굴 속에서 작가는 순수한 자기 본연의 모습을 발견하고 긍정의 내적 해방감을
방출하고 있다.
베이컨의 작품 속 기하학적인 구도와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공간속에서 모호하게 왜곡된 인체 표현은 신경계에
직접적으로 전달된다. 그의 작품에는 실재적인 것과 설명적인 것의 이분법을 넘어서 구상과 추상, 삶과 죽음,
우연과 규제의 두 극단이 공존하며 이러한 이중적 경험과 닿아있다. 그 사이에서 베이컨의 형상은 사물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비물질적인 하나의 감각적 기호로서 아름다움과 추함, 개인과 개별의 경지를 넘어서는
원리의 표현을 모색하고 있다.
즉 작가는 변형과 해체의 실존적 요소를 통해 허위나 겉모습을 버리고 물질과 주체사이의 잔혹한 리얼리티를
드러내는 것에 집중한다. 이제 베이컨의 회화는 관람자에게 생존에 대한 인식을 전달하기 위해 그 스스로
절규와 묵직한 외침을 이야기하며 인간 본질의 ‘보이지 않는 힘’을 회화적 표출로서 드러내고 있다.
Self-Portrait, 1973
Oil on Canvas , 51x 61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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